이번 책의 제목은 '대중의 지혜'이다. 책 표지부터 잘난 개인보다 대중의 결정이 더 현명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선적으로 드는 의문, 과연 대중은 항상 현명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는 '지혜로운' 대중들의 예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긴 하다. 모든 대중이 그렇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어쨌든.)
투표와 선거는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는 대중의 의사결정 활동이다. (물론 압박과 세뇌가 있었다지만) 유태인 30만명을 학살하도록 히틀러를 지도자의 자리에 세운 것도 대중이다. 그것도 무려 90퍼센트 이상이 찬성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지혜로운' 대중의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모든 대중이 지혜롭지는 않으나, 이러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하는 대중의 판단이라면 잘난 엘리트 한 사람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조건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집단이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의 범위를 확장시켜주며, 문제를 기발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다양성은 집단이 영향력이나 권위, 충성심 등에 의존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
두번째 조건은 독립성이다. 어떤 집단이건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독립적이라면 집단의 지혜가 정확한 예상치를 구해 내거나 좋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집단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의 의사를 모방하는 대신 각자의 독립적인 의견을 가진다면, 누군가 실수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서로 연관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의 판단에서 생긴 오류가 집단전체를 손상시키지는 않을 수 있다.
세번째 조건은 분산화와 통합인데, 이것들은 개념이 좀 모호하다. 아무튼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는 대신, 중요한 결정은 한 사람의 지혜로운 기획자가 아니라 좁고 특수한 지식을 보유한 개인들이 한다는 것이다. 분산화는 전문화를 촉진하고, 전문화가 분산화를 유지한다. 조직의 분권화는 사람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장려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을 스스로 조정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시스템의 한 구석에서 발견된 가치있는 정보가 다른 구석의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는지가 확실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들이 자기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게 하면서, 그것들을 집단적 형태로 종합해 내는 능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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