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2일 수요일

교육현장에 적용-1



원래는... 집단지성과 매체와의 관계에 대해 먼저 포스팅을 하는 것이 맞겠지만,
글이 나올만큼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다음 주제로 우선은 넘어가려고 합니다.

음... 요즈음 개인적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이,
경쟁하게 하는 교육방법과, 협력하게 하는 교육방법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가.
혹은 그 중 어느 것이 더 유익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집단지성의 개념에는 기본적으로 협력이라거나 지식의 공유와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이것들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사실 (비록 제가 직접 다닌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이긴 하지만) 현재의 일반적인 공립학교를 배경으로 했을 때 집단지성이 집단지성답게 적용될 수 있을까에 대해 제 입장은 좀 비관적입니다.

이번 학기 시작하면서 함께 보았던 찰스 리드비터의 책에서 집단지성이 성공적으로 적용되기 위한 원칙으로 다섯가지를 꼽고 있는데, 핵심, 기여, 공유, 협업, 창의성의 원칙입니다. 핵심은 제쳐두고라도 나머지 네 가지는 경쟁을 유도하는 현재의 공립학교 체제 내에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공립학교는, 뭐 이건 흔히 지적되는 문제이지만, 상당히 입시중심적으로, 평가중심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평가체제가 기본적으로 상대평가입니다. 남과 비교해서, 누가 얼마나 '더' 잘하고, 얼마나 '더' 못하는가를 평가하게 됩니다. 학교수업이라는 것이 대체로 그 끝에는 '평가'라는 것이 포함되기 마련인데, 본인의 성적에 대해 관심이 없지 않는 이상 학생들은 아마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염두에 둘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내 것을 공유한다는 것에 대해 곧 서로 돕고 시너지를 얻는다기보다도 잃거나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창의성의 원칙 역시 지켜질 수 있을런지 의문이 드는 것이, 대개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내용이 정해진 상태, 답이 나와있는 상태인데 창의적인 과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자, 이렇게 비관적으로만 끝내면 좀 아쉬울테니, 꿈같은 이야기도 조금 해보려 합니다.
학교에서 '경쟁'이라는 단어를 어디로든 좀 치워버리고 그 자리에 '협력'이라는 단어를 대신 둔다면 집단지성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전 방문했던 이우학교나 다큐멘터리로 보았던 북유럽 쪽 학교들의 모습을 보면, 아 이런 학교에서라면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이우학교의 경우, 여기도 인가를 받은 뒤엔 상대적인 등급으로 성적을 매기긴 합니다만, 중간기말시험의 비중을 줄이고 수행평가의 비중을 높여서, 학생과 학생 간의 경쟁적인 분위기를 줄이려고 애쓰고 있더군요. 그 노력이 허사는 아니였는지 학생들 사이에는 꽤 협력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그 학교에서 우수하다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노트를 정리해 학교 홈페이지에서 공유합니다. 요약을 하는 학생은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내용들을 조직화하면서 공부를 하고, 그걸 나누어 가진 학생들은 조직화 된 자료를 보고 좀 더 효율적으로 학습내용을 습득하게 됩니다. 이우학교 경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동아리나 행사, 프로젝트가 많은 편인데, 이런 것들은 넓게 보면 집단지성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관적인 이야기와, 조금은 꿈같은 이야기를 한 문장에 요약하자면, 경쟁 대신 협력이 일어나는 학교라면 창의적인 과제에 대한 고민만 좀 더 이루어진다면 학교 현장에서도 집단 지성을 사용할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 이것은 뱀다리입니다만, 학생들 사이의 집단지성도 집단지성이지만, 교사 간에 집단지성을 끌어낼 만한 주제가 오히려 더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습니다만, 그 내용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교사가 알아야 할 내용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지 않은가요?!